변호사선임을 언제 해야 하는지에 정답 날짜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사건마다 "이제는 늦었다"는 말이 나오는 지점은 대체로 정해져 있고, 그 지점은 법이 기한을 걸어 둔 곳과 겹칩니다. 이 글은 사건을 네 단계로 나눠, 각 단계에서 맡길지 말지를 가르는 요소가 무엇인지 차례로 살펴봅니다.
시점을 가르는 세 가지 물음
단계와 상관없이 먼저 던질 물음은 세 가지입니다.
- 법이 정한 기한까지 며칠이 남았는가
- 그 사이에 서명, 진술, 합의처럼 되돌리기 어려운 일이 예정되어 있는가
- 상대방은 이미 대리인을 두고 움직이고 있는가
남은 날이 넉넉하고 되돌리기 어려운 일이 없다면 여러 곳을 비교할 여유가 있습니다. 반대로 기한이 짧거나 곧 서명할 문서가 있다면, 판단을 미루는 것 자체가 선택지를 줄입니다. 상대방이 변호사를 통해 서면을 보내오기 시작했다면 주고받는 문서의 무게도 달라집니다.
소장을 받기 전 — 다툼의 조짐이 보일 때
내용증명을 받았거나, 계약 해지 통보를 받았거나, 합의서 초안이 오가는 단계입니다. 이때 맡기는 일은 소송대리가 아니라 자문, 문서 검토, 협상 대리처럼 범위가 좁을 수 있습니다. 소송을 전제로 하지 않아도 되므로 위임할 업무를 작게 잘라 정하는 편이 비용과 기대를 맞추기 쉽습니다.
이 단계에서 상담이 특히 쓸모 있는 순간은 서명 직전입니다. 합의서나 확인서에 한 번 이름을 쓰면 나중에 그 내용을 다투기가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증거가 흩어지기 전에 무엇을 모아 둘지 듣는 것도 이 시기에만 할 수 있는 일입니다.
내가 먼저 청구하는 쪽이라면 사정이 조금 다릅니다. 받을 돈이나 돌려받을 물건이 있는데 상대방이 재산을 처분할 낌새가 보인다면, 소송보다 앞서 보전 절차가 필요한지부터 따져야 합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권리 자체가 약해지는 경우도 있으니, 언제 생긴 권리인지 날짜를 적어 상담에 가져가면 판단이 빨라집니다.
소장을 받은 뒤 — 답변서 30일
원고의 청구를 다투려는 피고에게 주어진 답변서 기간은 소장 부본이 송달된 날을 기준으로 30일입니다(민사소송법 제256조 제1항). 그때까지 아무 답이 없으면 청구 원인이 된 사실을 다투지 않는 것으로 취급되어, 변론기일 없이 판결이 선고될 수 있습니다(제257조 제1항).
여기서 셈해야 할 것은 30일 전체가 아니라 '변호사가 쓸 수 있는 날'입니다. 맡긴 뒤에도 기록을 읽고 자료를 받아 서면을 쓰는 시간이 필요하므로, 결정이 늦어질수록 답변서는 얇아집니다. 마감일에서 거꾸로 검토와 작성에 드는 날을 빼 보면 언제까지 정해야 하는지가 나옵니다.
법원에서 온 서류가 소장이 아니라 지급명령이라면 시계는 더 빨리 갑니다. 채무자가 지급명령을 송달받은 날부터 2주 이내에 이의신청을 해야 지급명령이 그 범위에서 효력을 잃습니다(제470조). 봉투를 열었을 때 서류 제목부터 확인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판결을 받은 뒤 — 항소 2주
1심 판결에 불복하려면 판결서가 송달된 날부터 2주 이내에 항소해야 하고, 이 기간은 불변기간입니다(민사소송법 제396조). 판결서가 오기 전에도 항소할 수 있습니다.
이 시점이 까다로운 까닭은 1심을 맡았던 대리인의 권한이 원칙적으로 그 심급에서 끝나기 때문입니다. 항소를 할지, 누가 항소심을 맡을지를 판결 직후 짧은 기간 안에 함께 정해야 합니다. 심급과 대리권의 관계는 1심과 항소심의 선임을 다룬 문서에서 자세히 설명합니다.
형사 사건 — 수사 단계부터 선임할 수 있습니다
2026년 10월 2일부터 수사는 경찰(중대범죄는 중대범죄수사청)이 맡고, 재판에 넘길지는 공소청 검사가 판단합니다. 피의자 본인은 이 수사 단계부터 변호인을 둘 수 있고, 그의 배우자와 직계친족, 형제자매, 법정대리인도 본인과 별개로 변호인을 정할 수 있습니다(형사소송법 제30조).
피의자신문 때 피의자 등의 신청이 있으면 사법경찰관은 정당한 사유가 없는 한 변호인을 신문에 참여하게 해야 합니다(제243조의2 제1항). 조서에 남는 진술은 뒤에서 고치기 어려우므로, 출석 요구를 받은 때가 판단 시점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기소되기 전에 정한 변호인은 따로 절차를 밟지 않아도 제1심 재판까지 이어서 맡을 수 있습니다(제32조 제2항). 재판이 시작된 뒤 1심 판결에 불복하는 기간은 7일로(제358조), 민사보다 훨씬 짧다는 점도 미리 알아 두세요.
자주 묻는 질문
Q. 상대방이 아직 소송을 내지 않았는데 미리 맡기는 것은 이르지 않나요?
A. 소송대리를 미리 맡길 필요는 없습니다. 내용증명 답장이나 합의서 검토처럼 지금 필요한 일만 좁게 위임하고, 소송이 시작되면 그때 범위를 넓히는 방식도 가능합니다.
Q. 답변서 마감이 며칠 남지 않았다면 이미 늦은 건가요?
A. 늦었다고 단정할 일은 아닙니다. 기한 안에 청구를 다투는 취지부터 밝혀 두고 구체적인 주장은 이후 서면으로 채우는 방법이 있으니, 상담을 청할 때 남은 날수를 가장 먼저 알리세요.
Q. 형사 사건이면 가족이 먼저 변호사선임을 해도 되나요?
A. 가능합니다. 배우자, 직계친족, 형제자매, 법정대리인은 당사자와 독립해 선임권을 가집니다(형사소송법 제30조 제2항). 다만 수사에 어떻게 대응할지는 당사자 본인의 뜻을 확인하며 정해야 합니다.
정리
변호사선임의 적기는 남은 기한과 되돌리기 어려운 일이 무엇인지에 따라 달라집니다. 단계별로 비용이 어떻게 나뉘는지는 비용 항목을 정리한 문서에서, 나머지 질문은 변호사선임 안내 첫 화면에서 이어 보세요.
이 글은 일반적인 법률 정보이며, 개별 사건의 결론은 사실관계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근거: 민사소송법 제256조·제257조·제396조·제470조 [시행 2026. 10. 2.][법률 제21993호], 형사소송법 제30조·제32조·제243조의2·제358조 [시행 2026. 10. 2.][법률 제22009호], 공소청법(2026-10-02 시행) — 국가법령정보센터 2026-10-20 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