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 판결을 받고 나서야 "항소심은 따로 맡기셔야 합니다"라는 말을 듣고 놀라는 경우가 있습니다. 한 번 변호사선임을 했으니 사건이 끝날 때까지 이어진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대리권은 원칙적으로 심급 단위로 끊깁니다. 판례와 조문이 어떻게 정하는지, 그 틈이 항소 기한과 겹칠 때 무엇을 챙겨야 하는지 살펴보겠습니다.
민사 — 대리권은 그 심급에서 끝나는 것이 원칙
민사소송법에는 심급마다 다시 선임하라는 명시적 문장이 없지만, 대법원은 오래전부터 같은 원칙을 밝혀 왔습니다. 대법원 2000. 1. 31.자 99마6205 결정은 소송대리권의 범위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당해 심급에 한정되고, 소송대리권은 수임한 소송사무가 끝나는 때인 그 심급의 판결을 송달받은 때까지라고 보았습니다.
파기환송된 사건도 같은 틀로 봅니다. 대법원 1996. 4. 4.자 96마148 결정은 항소심으로 돌려보내진 사건이 다시 상고되었을 때 항소심 대리인은 대리권을 잃고, 처음 상고심의 대리인 권한이 저절로 되살아나지도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새 상고심은 「변호사보수의 소송비용 산입에 관한 규칙」을 적용할 때도 환송 전 상고심과 별개의 심급으로 본다고 했습니다.
이 원칙은 생활에서 두 가지 모습으로 나타납니다. 하나는 문서입니다. 변호사는 재판 중인 사건에 선임서나 위임장을 내지 않고는 대리할 수 없으므로(변호사법 제29조의2), 항소심을 맡을 변호사는 그 심급의 위임장을 새로 냅니다. 다른 하나는 우편물입니다. 판결이 송달된 뒤에 오는 법원 서류는 대리인이 아니라 본인에게 직접 도착할 수 있으니, 판결 직후에는 집으로 오는 법원 봉투를 더 꼼꼼히 챙겨야 합니다. 소송비용에 넣는 변호사 보수도 심급 단위로 계산되므로(같은 규칙 제3조 제1항), 비용 역시 심급별로 따로 보는 습관이 필요합니다.
형사 — 법에 그대로 적혀 있습니다
형사소송법 제32조 제1항은 변호인의 선임은 심급마다 변호인과 연명날인한 서면으로 제출해야 한다고 정합니다. 같은 조 제2항은 공소제기 전의 변호인 선임은 제1심에도 효력이 있다고 정해, 수사 단계에서 선임한 변호인은 기소 뒤 1심까지 이어질 수 있습니다. 항소심으로 넘어가면 선임서를 새로 내야 합니다.
판결 송달과 항소 기한 사이의 틈
| 절차 | 불복 기한 | 근거 |
|---|---|---|
| 민사 판결 | 판결서 송달된 날부터 2주 | 민사소송법 제396조 |
| 가사소송 판결 | 판결정본 송달된 날부터 14일 | 가사소송법 제19조 |
| 형사 판결 | 7일 | 형사소송법 제358조 |
판결서를 받는 순간 1심 대리권이 끝나는데, 바로 그때부터 항소 기한이 흐릅니다. 이 짧은 기간에 항소할지, 누구에게 맡길지를 함께 정해야 하므로 공백이 생기기 쉽습니다. 1심 위임장에 상소 제기에 관한 특별한 권한(민사소송법 제90조 제2항 제3호)이 들어 있다면 1심 대리인이 항소장을 내는 데까지는 맡을 수 있지만, 항소심 변론을 계속 맡는지는 따로 정할 문제입니다. 특별수권의 범위는 소송대리권 문서에서 다룹니다.
계약서의 심급 문구를 읽는 법
변호사선임 계약서에서 심급은 대개 업무 범위 조항에 들어 있습니다. 읽을 때는 다음을 확인하세요.
- 맡기는 범위가 "제1심"으로만 적혀 있는지, "판결 선고까지"인지 "판결 송달까지"인지
- 항소 여부를 검토하고 항소장을 내는 일까지 들어 있는지
- 상대방이 항소한 경우, 즉 내가 이긴 쪽일 때도 항소심을 새로 약정하는지
- 파기환송이나 상고가 생기면 어떻게 하는지
- 1심이 끝날 때 판결문과 기록 사본을 넘겨받는지
이 가운데 하나라도 답이 비어 있다면 서명하기 전에 그 칸을 채워 달라고 요청하세요. 심급이 바뀌는 순간은 대개 기한이 가장 촉박한 때여서, 그때 가서 계약 문구를 해석하느라 시간을 쓰기 어렵습니다.
항소심에서 대리인을 이어 갈지 바꿀지
같은 변호사가 이어 맡으면 기록을 다시 익힐 시간이 줄어듭니다. 다른 변호사를 찾는다면 짧은 기한 안에 새 변호사가 기록을 검토해야 하므로, 1심 판결문과 양쪽 서면, 증거 목록을 한 묶음으로 준비해 두면 좋습니다. 어느 쪽이든 판결이 나오기 전에 "판결이 나오면 항소 여부를 언제까지 함께 정할지"를 미리 이야기해 두는 것이 가장 확실한 대비입니다.
항소 여부를 판단할 때는 판결 이유를 읽고 무엇이 인정되지 않았는지를 짚는 데서 시작합니다. 새로 낼 증거가 있는지, 1심에서 다투지 않은 쟁점을 항소심에서 꺼낼 수 있는지, 비용과 시간을 더 들일 만한지를 1심 변호사에게 묻고, 다른 변호사의 의견도 듣고 싶다면 판결문을 받은 날 바로 상담 일정을 잡으세요. 짧은 기한 안에서는 하루가 크게 느껴집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1심에서 이겼는데 상대방이 항소하면 그대로 1심 변호사가 대응하나요?
A. 1심 대리권은 판결 송달로 끝나는 것이 원칙이므로, 상대방이 항소한 경우에도 항소심 대리인을 새로 정해야 합니다. 같은 변호사에게 맡기더라도 항소심 위임과 보수 약정을 새로 확인하세요.
Q. 형사 사건에서 수사 단계에 선임한 변호사는 언제까지 이어지나요?
A. 공소제기 전의 선임은 제1심에도 효력이 있습니다. 다만 보수 약정이 1심 공판까지 덮는지는 계약서로 따로 확인해야 하고, 항소심은 다시 선임서를 내야 합니다.
정리
변호사선임은 심급마다 끊긴다고 보고 판결 직후의 일정을 미리 정해 두세요. 비용이 심급별로 어떻게 정해지는지는 비용 항목 문서에, 나머지 질문은 변호사선임 안내 첫 화면에 있습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법률 정보이며, 개별 사건의 결론은 사실관계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근거: 대법원 2000. 1. 31.자 99마6205 결정, 대법원 1996. 4. 4.자 96마148 결정 — 국가법령정보센터 판례 2026-10-20 확인, 민사소송법 제90조·제396조 [시행 2026. 10. 2.][법률 제21993호], 형사소송법 제32조·제358조 [시행 2026. 10. 2.][법률 제22009호], 변호사법 제29조의2 [시행 2026. 10. 2.][법률 제21857호], 변호사보수의 소송비용 산입에 관한 규칙 제3조 [시행 2020. 12. 28.][대법원규칙 제2936호], 가사소송법 제19조 [시행 2026. 1. 1.][법률 제20432호] — 국가법령정보센터 2026-10-20 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