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선임을 마치면 한숨 돌리게 됩니다. 그러나 사건을 맡긴 것과 사건에서 손을 뗀 것은 다릅니다. 변호사는 의뢰인이 건넨 사실과 자료 위에서 주장을 세우고, 법원은 당사자 본인에게도 일정한 의무를 지웁니다. 맡긴 뒤 의뢰인 쪽에서 해야 할 일을 다섯 갈래로 나눠 정리했습니다.
불리한 사실까지 먼저 말하기
변호사법 제24조 제2항은 변호사가 직무 중에 진실을 감추거나 사실과 다르게 진술하는 것을 금지합니다. 의뢰인이 감춘 사실은 변호사가 알 수 없으니, 결국 변호사는 빠진 그림 위에서 주장을 쌓게 됩니다. 상대방이 그 사실을 증거로 내놓는 순간 그때까지의 주장이 한꺼번에 흔들릴 수 있습니다.
그러니 불리하다고 느끼는 사실일수록 먼저 꺼내는 편이 낫습니다. 상대방에게 보낸 감정 섞인 문자, 일부를 이미 인정했던 대화, 기억이 확실하지 않은 날짜처럼 말하기 껄끄러운 것들이 오히려 대응 방향을 정하는 데 중요한 재료가 됩니다. 확실하지 않은 부분은 짐작으로 메우지 말고 "확실하지 않다"고 표시해 전하세요.
자료는 생기는 대로, 있는 그대로
맡길 때 건넨 자료로 끝나지 않습니다. 사건이 진행되는 동안에도 상대방에게서 문자가 오거나, 관련 우편물을 받거나, 잊고 있던 계약서를 찾아내는 일이 생깁니다. 새 자료는 내 판단으로 걸러 내지 말고 생긴 날짜와 함께 바로 전달하세요. 무엇이 쓸모 있는지는 변호사가 판단할 몫입니다.
원본은 고치거나 덧쓰지 말고, 대화가 남은 휴대전화를 바꾸거나 앱을 지우는 일도 사건이 정리될 때까지 미루는 것이 안전합니다.
대리인이 법원에 낼 서면 초안을 보내 주면 그 글을 읽는 것도 의뢰인의 일입니다. 날짜, 금액, 사람 이름, 사건의 순서가 내가 아는 사실과 맞는지 한 줄씩 확인하고, 다른 부분은 어디가 어떻게 다른지 구체적으로 적어 돌려주세요. 법률적 표현은 변호사가 고르더라도 사실관계의 정확성은 그 일을 겪은 사람만 가려낼 수 있습니다.
기한과 연락처의 변화는 바로 공유하기
민사소송법 제185조 제1항은 당사자와 소송대리인이 송달받을 장소를 바꿀 때 바로 법원에 신고하도록 하고, 신고하지 않으면 다른 송달 장소를 알 수 없는 경우 종전 장소로 서류를 보낼 수 있게 정합니다(제2항). 이사를 하거나 전화번호를 바꿨다면 그날 대리인에게 알리세요.
대리인이 있어도 법원이나 수사기관, 행정청에서 본인 앞으로 서류나 연락이 오는 경우가 있습니다. 받은 날짜를 적어 사진과 함께 곧바로 전달하면 기한을 놓칠 위험이 줄어듭니다. 가족이 대신 우편을 받는 집이라면, 법원이나 수사기관에서 온 봉투는 받은 날짜부터 적어 두라고 미리 부탁해 두세요. 출장이나 입원처럼 한동안 연락이 어려운 일정이 생길 때도 미리 알려 두어야 급한 결정이 필요할 때 공백이 생기지 않습니다.
필요한 비용은 미리 대기
민법 제687조는 위임사무 처리에 비용이 필요하면 위임인이 수임인의 청구에 따라 미리 내야 한다고 정합니다. 법원 역시 감정처럼 돈이 드는 절차를 진행하기 전에 당사자에게 그 비용을 먼저 납부하라고 요구할 수 있고, 납부가 없으면 그 절차를 건너뛸 수 있습니다(민사소송법 제116조). 감정료 예납을 미루다 보면 신청해 둔 감정이 진행되지 않는 일이 생길 수 있으니, 비용 요청을 받으면 무엇에 쓰이는지 확인하고 기한 안에 처리하세요.
본인이 직접 나서야 하는 순간
대리인이 있어도 당사자 본인이 법정에 서야 할 때가 있습니다. 법원은 직권이나 신청으로 당사자 본인을 신문할 수 있고(제367조), 당사자가 정당한 사유 없이 출석하지 않거나 선서나 진술을 거부하면 신문사항에 관한 상대방의 주장을 진실한 것으로 인정할 수 있습니다(제369조). 출석 요구가 오면 일정을 비우고, 대리인과 미리 사실관계를 맞춰 보세요. 가사 사건이라면 더욱 그렇습니다. 기일에 부름을 받은 당사자가 몸소 나오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대리인만 보내려면 특별한 사정과 재판장 등의 허가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가사소송법 제7조 제1항). 변호사선임을 했다고 법원에 갈 일이 모두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는 뜻입니다.
결정이 필요한 순간에 답하는 것도 의뢰인의 몫입니다. 화해나 조정안을 받아들일지, 청구를 일부 내려놓을지, 항소할지는 사건의 방향을 바꾸는 결정이어서 대리인이 의뢰인의 뜻을 묻게 됩니다. 이런 결정에 어떤 권한이 걸려 있는지는 소송대리권과 특별수권 문서에서 볼 수 있습니다. 상대방이 대리인을 거치지 않고 직접 연락해 오면 혼자 약속하지 말고 내용을 기록해 전달하세요.
자주 묻는 질문
Q. 이사를 했는데 법원에도 제가 직접 신고해야 하나요?
A. 송달장소 변경은 당사자와 소송대리인 모두에게 신고 의무가 있습니다. 대리인에게 바로 알려 신고가 이뤄지도록 하고, 신고가 끝났는지 확인해 두면 됩니다.
Q. 사건과 관련된 이야기를 개인 누리소통망에 올려도 되나요?
A. 올린 글이나 사진은 상대방이 찾아 증거로 낼 수 있습니다. 사건이 진행되는 동안에는 사건 이야기를 올리지 않는 편이 안전하고, 이미 올린 글이 있다면 지우기 전에 대리인과 먼저 상의하세요.
정리
변호사선임 뒤에도 사실과 자료, 연락처, 비용, 본인 출석은 의뢰인이 챙겨야 할 몫입니다. 비용 부담이 걱정이라면 국선과 소송구조를 다룬 문서를 읽어 보고, 여덟 질문 전체는 변호사선임 첫 화면으로 돌아가 다시 훑어보세요.
이 글은 일반적인 법률 정보이며, 개별 사건의 결론은 사실관계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근거: 변호사법 제24조 [시행 2026. 10. 2.][법률 제21857호], 민법 제687조 [시행 2026. 3. 17.][법률 제21454호], 민사소송법 제116조·제185조·제367조·제369조 [시행 2026. 10. 2.][법률 제21993호], 가사소송법 제7조 [시행 2026. 1. 1.][법률 제20432호] — 국가법령정보센터 2026-10-20 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