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사건으로 변호사선임을 고민하는 사람은 "불기소가 나오면 얼마를 더 드린다"거나 "집행유예면 추가로 드린다"는 식의 약정을 떠올리기 쉽습니다. 민사 사건에서는 흔히 볼 수 있는 방식이지만, 형사사건에서는 대법원이 이런 약정의 효력을 부정했습니다. 판결이 무엇을 말했는지, 왜 형사사건만 다르게 보았는지, 계약서를 받았을 때 무엇을 확인하면 되는지 순서대로 보겠습니다.
판결이 내린 결론
대법원은 2015. 7. 23. 선고 2015다200111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형사사건에 관한 성공보수약정이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배되는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민법 제103조는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한 사항을 내용으로 하는 법률행위를 무효로 합니다.
판결은 시점도 나눴습니다. 사회질서 위반 여부는 법률행위가 이루어진 때를 기준으로 판단하므로, 그 전에 맺은 약정은 성공보수라는 명목만으로 무효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보았습니다. 대신 이 판결로 그런 평가를 분명히 밝힌 이상, 판결 선고 뒤에 체결되는 성공보수약정은 무효로 보아야 한다고 했습니다. 지금 맺는 계약은 모두 그 뒤의 계약입니다.
왜 형사사건만 다르게 보았나
판결 이유를 요약하면 세 갈래입니다. 첫째, 형사 절차의 결과를 돈과 묶으면 변호사 직무의 공공성이 흔들리고 사법제도에 대한 신뢰가 떨어질 위험이 있습니다. 둘째, 불기소나 석방, 무죄 같은 결과는 변호사의 노력만으로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검사와 법관의 판단 영역에 속하므로, 그 결과를 얻으려고 부적절한 영향력을 쓰려는 유혹이 생길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셋째, 의뢰인 쪽에서도 돈으로 결과를 바꿀 수 있으리라는 그릇된 기대를 품을 수 있다는 점을 들었습니다.
판결은 또 구속된 사람처럼 절박한 처지의 의뢰인이 자기 형편에 비해 과도한 약속을 하게 되는 구조도 문제로 짚었습니다.
민사사건은 어떻게 다른가
같은 판결은 민사사건을 따로 언급합니다. 민사사건은 결과가 승소와 패소로 나뉘고 이기면 의뢰인이 보수를 낼 수 있는 경제적 이익을 얻으므로, 사적 자치와 계약자유의 원칙에 비추어 성공보수약정이 허용된다고 보았습니다. 당장 돈이 없는 사람도 결과에 따른 보수를 조건으로 변호사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그 존재 이유로 들었습니다. 반면 형사사건은 재판 결과로 나눌 경제적 이익이 생기는 구조가 아니고, 빈곤한 피고인에게는 법원이 국선변호인을 선정해야 하는 제도(형사소송법 제33조)가 있다는 점에서 같게 볼 수 없다고 했습니다.
다만 민사사건이라고 약정이 무엇이든 그대로 통하는 것은 아닙니다. 대법원 2018. 5. 17. 선고 2016다35833 전원합의체 판결은 약정 보수액이 부당하게 과다하여 신의성실의 원칙이나 형평의 관념에 반한다고 볼 특별한 사정이 있으면 적당하다고 인정되는 범위의 보수액만 청구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형사사건 계약서에서 확인할 것
- 명칭과 상관없이 보수가 수사·재판 결과에 연결된 조항이 있는지
- 선임할 때 내는 보수가 어느 단계까지의 업무를 덮는지 — 경찰 조사 동석, 구속 관련 심문, 1심 공판, 항소심
- 영장실질심사, 구속적부심, 보석 청구처럼 따로 생길 수 있는 절차를 어떻게 처리하는지
- 실비를 누가 언제 부담하는지
결과와 묶인 보수를 쓸 수 없으니, 형사사건 보수는 업무 범위로 설명되어야 합니다. 그래서 단계별로 무엇을 해 주는지가 계약서에 구체적으로 적혀 있을수록 비교와 판단이 쉬워집니다. 보수 항목 전체의 틀은 비용 항목을 정리한 문서를 함께 보세요.
공소제기 전에 한 선임은 제1심에도 효력이 있지만(형사소송법 제32조 제2항), 보수 약정이 그 범위를 똑같이 덮는지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수사 단계만 맡긴 것으로 적혀 있다면 기소된 뒤에 새 약정이 필요한지 미리 물어 두세요.
이미 결과 조건이 붙은 약정을 했다면
계약서를 다시 읽다가 결과에 따른 보수 조항이 눈에 띄었다면 약정일과 조항 문구부터 따로 옮겨 적어 두세요. 판결 선고 뒤에 맺은 것이라면 그 조항의 효력이 부정될 수 있습니다. 이미 돈을 냈는지, 냈다면 어떤 명목으로 영수증을 받았는지도 함께 정리해 두어야 합니다.
조항 하나가 문제 된다고 계약 전체가 함께 무너지는지, 이미 낸 돈을 어떻게 처리할지는 약정 내용과 사정에 따라 판단이 갈립니다. 그러므로 진행 중인 변호를 갑자기 멈추기보다, 계약서와 지급 기록을 들고 따로 법률 검토를 받아 보는 순서가 안전합니다. 담당 변호사와 이 조항을 어떻게 고칠지 먼저 이야기해 보는 방법도 있습니다. 변호사선임은 사건이 끝날 때까지 이어지는 관계이므로, 보수 문제를 숨겨 둔 채 진행하는 것보다 일찍 정리하는 편이 서로에게 낫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특별 사례금'이나 '추가 보수'처럼 이름을 바꾸면 괜찮은가요?
A. 판결이 문제 삼은 것은 이름이 아니라 수사·재판의 결과와 보수를 결부시키는 구조입니다. 이름이 달라도 결과를 조건으로 돈을 더 주기로 했다면 같은 문제가 생길 수 있으니 조항의 내용을 보세요.
Q. 형사 사건과 피해 배상 문제를 함께 맡기면 보수는 어떻게 나누나요?
A. 형사 변론과 민사 손해배상 소송은 서로 다른 업무입니다. 어느 업무에 대한 보수인지 계약서에서 나눠 적어 두면, 결과에 따른 보수를 둘 수 있는 부분과 그렇지 않은 부분이 섞이지 않습니다.
정리
변호사선임 계약에서 형사사건의 결과에 따른 보수는 효력을 인정받기 어렵다는 것이 대법원의 입장입니다. 결과 대신 업무 범위로 설명되는지 확인하고, 다른 질문은 변호사선임 안내 첫 화면에서 이어 보세요.
이 글은 일반적인 법률 정보이며, 개별 사건의 결론은 사실관계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근거: 대법원 2015. 7. 23. 선고 2015다200111 전원합의체 판결, 대법원 2018. 5. 17. 선고 2016다35833 전원합의체 판결 — 국가법령정보센터 판례 2026-10-20 확인, 민법 제103조 [시행 2026. 3. 17.][법률 제21454호], 형사소송법 제32조·제33조 [시행 2026. 10. 2.][법률 제22009호] — 국가법령정보센터 2026-10-20 확인